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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이야기

한미 FTA 발효…무역강국 향한 巨步(큰걸음)



한미(韓美) 자유무역협정(FTA)이 15일 0시부터 발효된다. 돌아보면 참으로 길고 힘든 시간이었다. 쉬운 협상이 어디 있으랴만, 미국과의 협상은 물론이고 그 결과에 대한 국내적 이해와 지지를 얻는 일은 정말 험난했다.

가장 못사는 나라 가운데 하나였던 대한민국이 수출입국(立國)의 기치를 내걸고 잘살아보자고 뛰어온 지 반세기를 넘고 있다. 국가간 교역장벽이 낮아지고 상품과 투자의 이동이 보다 쉬워지면서 우리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성공의 역사를 만들었다. 교역이 늘어나면 성장에 도움이 되는가? 그렇다. 그 가장 좋은 증거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FTA는 교역을 더욱 촉진하자는 정책이다. 이미 발효돼 시행되고 있는 칠레,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싱가포르, 아세안(ASEAN), 인도, 유럽연합(EU), 페루와의 FTA는 그러한 효과를 실적으로 보여준다.

한미 FTA 반대 목소리는 유난히도 컸다. 협정이 시행되면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 침탈당하고 결국 식민지가 되고 말 것이란 극단적 주장도 있었다. 이는 대한민국의 성장 과정과 그 결과로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시대착오적 사고다. 우리 경제주체들이 세계 시장에 진출하면서 교역 상대국을 식민지화하려 했던가? 세계에서 9번째로 교역 1조달러를 달성한 것이 식민화돼 버린 결과는 아닐 것이다.

내용과 상황이 바뀌었으므로 수용할 수 없다는 다소 온건한 반대 주장도 있었다. 약 2년 동안의 실랑이 끝에 자동차 부문이 2010년 12월 수정됐다. 미국 신차 시장 규모는 한국의 10배가 넘는다. 지난해 우리는 미국시장에서 약 120만대를, 미국은 한국 시장에서 GM코리아를 포함해 약 10만대 팔았다. 우리 관세는 8%로, 미국 관세 2.5%의 3배가 넘는다. 그래서 업계와 정부는 약간의 조정이 있더라도 발효를 통해 얻는 이득이 훨씬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미국식 경제가 고장난 것이 드러났으므로 반대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생각이야말로 미국에 대한 콤플렉스를 보여주는 것이다. 상품과 용역을 사고파는 일이나, 투자를 운용하는 데는 경제적 계산이 우선이다. 그러한 계산에 미국식·중국식·일본식 등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은, 미국 시장은 세계에서 제일 큰, 다양한 소비계층이 있는 단일 시장이고, 오늘도 그 시장에서는 치열한 경쟁이 계속되고 있으며, 그곳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2000년 이후 2.5%대로 하락한 뒤 제자리걸음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FTA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간의 노력으로 지리적 포석은 물론 특히 EU 및 미국과 같은 거대경제권과 FTA를 체결한 유일한 아시아 국가가 됐다. 이들은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비교적 작은 한국 시장만을 보고 있지 않다. 세계 경제 성장을 견인해 갈 동아시아에 주목하고 있고 그 전략적 파트너로서 한국을 선택한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상품의 생산·이동과 투자 흐름에 있어 한국 시장과 우리 경제주체들의 역할·비중이 커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을 계속 키워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

보다 따뜻한 시장경제에 대한 담론이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렇게 해야만 사회적 통합을 유지하고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도모할 수 있다. 선순환의 해법은 어느 하나를 포기해선 찾을 수 없다. FTA는 대한민국 경제의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다. 그 성장의 과실을 나누는 데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고 기업의 사회적 역할도 중요하다.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기본 가치를 지켜가면서 이제 겨우 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연 대한민국을 보다 성숙한 선진사회로 만들어가려는 우리의 마음 가짐이다.